뜬금없는 글입니다만,
지금 독일입니다.

지난 5월 초에 아버지께서 갑작스레(1년여 암으로 고생을 하셨지만, 이렇게 갑자기 가실 줄은 몰랐더랬죠) 돌아가시고,
탈상한 뒤 며칠 지나서 독일로 장기 출장을 나왔습니다.
아마도 당분간은 한국으로 돌아갈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홀홀 단신으로 나와 있지만,
1년 정도 정신 차리고 바짝 일하면 가족들도 모두 독일로 불러들일 수 있을 것 같네요.
회사에서는 주재원 파견이 아니라 장기 출장이라고 하지만,
법인 설립이 끝나면 나와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
이 상태로 그냥 눌러 앉아 살게 될 예정이거든요.

독일에 와서 정신없이 일하는 와중에 참 많은 소식을 접했네요.
며칠 전 소식을 전해 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가장 임팩트가 컸지 않나 싶은데...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독일에서도 진심으로 슬퍼하는 사람들과 잘 죽었다고 욕하는 사람들로 나뉘는 것이... 참 우습기도 하고 그렇네요.

하루가 지날 수록 하나씩 하나씩 새롭게 밝혀지는 소식들도 소름끼치게 만들고...
남북관계가 이리도 위험천만한 모습이었나 싶기도 하구요.

일주일에 두어번씩 한국 가족들과 수없이 끊어지는 화면으로 화상채팅을 하고,
점심은 컵라면, 맥도날드 햄버거로 때우는 날들입니다.

한달 동안 친 아버지를 잃고, 나라의 아버지까지 잃고 나니,
그냥 뒤돌아 보지 않고 일하는 길 외에는 살아나갈 힘이 없는 듯 합니다.

이상 독일 이주 신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