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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다 보고서...

조회 수 614 추천 수 0 2004.12.23 11:57:26
Band of Brothers 를 어제 다 봤네요.

새벽2시가 되서 10편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 봤네요.

1편부터 10편까지 이어오는 그 전쟁의 스토리...

느낀게 많이 있습니다.


저도 2년 2개월 이라는 군생활을 하면서.

잊혀졌던 전우들을 기억했습니다.


주로 고참들 보다는 후임병들이 기억나더군요.

함께 했던 녀석들...


저는 3군단포병 155미리 견인곡사포 부대에 있었습니다.

강원도 양구 라는 처음 들어 보는 동네였죠.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단포병으로 빠졌다는 소식을 들었을때에는

참 좋아했었지만...

그 60 트럭에 몸을 싣고 멀리 이동하던 그 어두운 오후... 그때 왠지 모를

불안감이 밀려 왔었죠.


양구는

저주의 땅이라고 합니다.

전 그말을 99% 동의 합니다.

좌측으로는 피의능선 이라는 산 줄기가 있었죠. 실제로 가을엔 빨갛게 물들지만.

6.25당시에는 그 고지를 사수하기 위해서 젊은 청년들의 피를 무지하게 흘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양구는 너무 춥고, 제가 있던 당시... 단 하루도 빼지않고 두번의 겨울동안 주말에 꼭 눈이 왔습니다. 웃기죠? 주말에 눈이라...
그래서 우리는 주말에 쉬지 못하고 눈을 치웠습니다.
기상청에서 이 사건을 조사해 주었으면 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정말 쉬지 않고 토, 일 둘중에 하루는 꼭 눈이 왔습니다.

훈병 번호 200번.
제 가장 친한 친구 199번

우리는 같은 대대로 왔습니다. 나는 C 포대, 그친구는 B포대.

저는 들어온 다음날 부터 맞기 시작했는데...
친구는 거의 맞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딱 한달이 되는날. 포대 ATX 라는 엄청난 시험이 있는날 새벽.
긴장속에서 새벽 3시 야간근무를 나갔는데,

어둠속에서 발자국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날 달이 없는 날이었는데...
이건 분명 순찰 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초소 안에서 자고 있는 상병을 깨울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가깝게 들리는 소리...
어둠속에서 정말 1미터 앞도 안보이는 그런 어둠속에서.

그런데... 그 짧은 시간이 흐르고...
다시 정적이 되어 버렸죠.

제 귀를 의심했지만... 분명 전투화 소리 였었습니다만...

그날 아침 새벽 5시에 비상이 걸리기로 되어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6시에 정상적으로 깨우더군요.

그리고 정상적인 아침점호를 하던중.

짚차가 포대로 올라오더니...
제 이름을 부르더군요.

"이병 민형기!"
하고 뛰어 갔더니,

그냥 저를 태우고... 옆 B포대로 저를 대리고 가더니...

"박 주석, 알지? 새벽에 목 메달고 자살했다."

... ...

아주 짧은 시간이었을텐데....
정말 긴 시간이었습니다.

옆에 승용차로 옮겨 타고, 그 차에는 기무대 사복 차림의 형사가 있었습니다.
무슨 얘기들은게 없냐는 것과... 부대에 구타가 없냐는 질문...

'설마? 몰랐을까? 이사람이 나를 시험하는걸까? 구타가 있다는걸 모른단 말인가??'

친구의 얼굴을 보겠느냐고 했을때에.
전 못 보겠다고 했고...

그날 오후까지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같은 질문들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포대로 돌아와서, 저를 때리던 고참들이 제게 악수를 하면서 눈치를 보더군요.

그리고 화장실에서 숨죽여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당시 저희 포대장과 주임상사는 제가 무슨 사고를 치지 않을까 걱정했던것 같더군요.

다음날 새벽5시 근무로 말번 근무를 대공근무지에서 섰는데....

까마귀 소리와 한 여인의

구슬픈 울음 소리가 적막속에서 들려왔었죠.

친구의 어머니 였었죠.

제손을 굳게 잡으면서...

"무슨 이유인지 아는게 있다면 얘기해 달라고..."

무기력한 저에게 말씀하시더군요.

주석이는 동생이 한명 있다고 했고, 수원전문대학교 디자인 학과를 전공했었습니다.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인물 그림을 잘 그려서, 훈련소에서 제 얼굴을 연필로 그렸던

그림이 그의 소지품에서 나와서,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주 어머니 면회 오시면 밖에서 서로 만나자고 얘기 했던게 우리의 마지막 대화 였습니다.

그날 새벽에 마치 주석이가 저를 찾아온 것같은 그런 의미없는 생각을 해보고...

저는 그 다음날 부터 여전히 맞았지만...


값비싼 경험을 치루었고,

평생 함께할 친구 한명을 잃었습니다.


대신 1년 뒤에, 한 예수쟁이 친구가 B 포대에 왔고,
저와 마음이 잘 맞았고, 그 친구는 결국 대대군종이 되어서.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었고, 오늘 제 소개팅을 시켜 주겠다고 하네요...


전 넷포(포병은 포병숫자대로 부르기때문에) 사수가 되었죠.
포의 주인 같은 개념인데, 포를 책임지는 약 1년에 한명씩 뽑히게 되죠.

그리고,
여단 포대 ATT 에서의 직사 1등
9초 정도에 직사로 정확하게 움직이는 적 탱크를 맞췄던 기억도 나고...

수필부분에서 여단장 최우수상 표창도 받고.
대대 연극대회에서도 장애인 연기로 저희 포반이 최우수상도 탔던 기억도 나네요.

함께 해준 동료들...
제대 이후에는 몇번 만났지만, 그 이후에는 연락이 모두 끊겨버리고...
하지만. 다들 전우였었습니다.

비록 자유로 입대하지 않았고, 강제로 입대되어서,
젊은날 가장 즐거워야 할 그날에 욕먹고, 맞고, 바보, 어린애 취급 받으면서
땀흘리며, 추위에 떨며 고생했지만.

나라 지키는 일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었습니다.

잠수함 침투때에 잃어버린 동료 김00 상병.
마찬가지로 훈련소 동기 였는데, 기무대 대령 죽을때에 함께 자리에 있다가
하이바를 썼지만 총알이 관통해서 사망.

훈련소에서 좋은 태도로 상점을 30점이나 받고 3등의 종합성적으로
포상휴가도 받으면서 군생활을 시작했지만, (1,2등은 빽으로 등수가 매겨지죠)

상병까지 와서, 간첩에게 총을 맞고 죽었으니. 국립묘지에 묻히지 않았을까 싶네요...

매일 매복을 나갔지만, 우리 부대 옆을 유유히 통과한 -_-;;
인간 로봇같은 간첩들.

그 추위에 맨발로 산을 탔다는 기적적인 그들...

전 그때 도저히 정 조준으로 총을 쏠 자신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저희 부대 옆은 조용히 지나가 주었기에, 실탄을 사람을 겨누고 쏴보지 못했죠.

아주 길고 지루한 글이 되었군요.

한번 보세요. Band of Brothers ...
군대 갔다 오신 분이라면. 한번쯤 꼭 봐야 할듯.

스피어스 중사가 기억에서 지워 지질 않습니다.

그 적진을 뚫고 달리는 그의 모습이...


오늘도 추위속에서 야간 근무를 서고 있을 그들이 그립습니다...

뮤리안(송홍진)

2004.12.23 12:56:53
*.250.99.131

기억이 새록 새록...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던 군생활이지만..
저는 억만금을 주어도 다시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도 종종 다시 군대 끌려가는 꿈을 꾸면서 경기를 일으킨다는...ㅠㅠ
후유증 너무 오래가여..

뮤리안(송홍진)

2004.12.23 12:59:57
*.250.99.131

그런데 전 왜 이 게시물이 저 미팅해요.. 라는 염장성 게시물로 보이는 거지?

cocoonstyle+권혁찬

2004.12.23 13:04:51
*.193.217.18

친구분의 명복을 빕니다.저 역시 군대생활을 했지만,참으로 부끄러운 군생활이였지요,군대 가기 싫어서 부모님의 힘을 빌렸다가,심란해서 군대들어가기로하고 바로 또 다시 힘써서 군대뺐던것을 다시 현역이 아닌,그당시엔 방위(단기사병으로 명칭이 바뀜)로 테니스와 골프코치로 입소하게되었습니다.그리고,군대안에서의 이중장부를 만드는법부터,제가모시던 단본부의 스타들(3,2,1개의별들)과 그의부인들과 두번째 부인들(평균20대중반의두번째부인들)까지 렛슨을 해주었습니다.한달중에 부대나가는 날은 15일안쪽으로 놀고싶은날엔 놀고 연속으로1주일동안 출근하지않고 놀던 때도 무척 많았습니다.그리고 제대하기2달전,대학교1학년때 2주간에 군대체험을 한덕분에 제대날보다2달먼저 재대했지요.머리는 기르고 다니고,운동복차림에 출퇴근하고,선배들 청주 시내에서 데모할때 뛰쳐나가 버스타고 같이 데모하고,백골단에 사진찍혀서 군부데로 안기부 뜨고,군기교육대에 들어가서 놀다가 나오고,방위라는 군생활속에서도 전방에서 현역으로 군복무를 하던 친구녀석들하고 자주 전화통화하고,오히려 제가 면회를 많이 다녔던 그때의 청준.남자들의 군대시절이야기들은 참으로 구구절절하겠지만,형기님의 군대 이야기는 참으로 가슴에 와닿습니다.좋은 전우들을 평생 만나신다는 점에 부럽기도 합니다.^^

붉은돼지(구본용)

2004.12.23 14:56:13
*.217.143.79

평화를 위한 전쟁이던, 테러와의 전쟁이던, 어떤 전쟁도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결국 피해는 어린이, 여자, 힘없는 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니까 말이죠.
군대라는 곳, 역시 그런 이유로 없어져야 하겠지요.
하지만 이상과 현실이 다름에 우린 가슴 아플뿐입니다.
형기님에 글을 읽으며 다시 떠올리기 싫은 2년이 넘는 내 젊은 날에 아픈 초상이 떠올려 집니다.
하지만 떠올리면서 왠지 모를 그리움과 향수는 어쩔수 없군요.
옛날에는 몰랐던 어르신들에 '추억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 단지 그리움만 있을 뿐이다'라는 말을 이젠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는 머무는 것이 아니라 좀더 좋은 미래를 위한 거울이 되야 하기 때문이겠지요.^^

다케스탄[민형기]

2004.12.23 15:57:21
*.219.57.13

모두들 말에 동감이 되네요.
저도 정말 기억하기 싫은 군대였는데, 꿈에서라도 군대 가는 꿈이 최고 악몽이었으니-_-;;
예비군훈련도 다 학교에서 하루씩 만 받았는데, 그 날도 정말 싫었거든요....
전쟁은 정말 있어서는 안될 일이죠...
지금의 한반도의 평화도 계속 되기를 바라고, 전세계의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빨리 해방되기를 바랍니다.

롤롤이(주형석)

2004.12.23 18:03:20
*.92.91.126

시디로 다있긴한데 언제보나;;;

JIN (임진)^&^

2004.12.23 18:54:49
*.165.92.57

저는 신의 아들임~셈..그레서 위에 분들에게 죄송..^^ & 형석님 Band of Brothers CD빌려주세용.알았죵..

김기훈

2004.12.24 09:28:09
*.249.47.19

좋은 영화 보셨네요...전...2번이나 봤는데...볼때마다..가슴이 뛴단니다....

김신

2004.12.24 11:26:06
*.113.105.65

전 아들 없어요 진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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